Chapter Text
동성과 동침한 적은 난생처음이었다. 브루스 웨인에게 치기 어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지만, 실전에 돌입한 적은 전혀 없으며 그것은 유년 시절 사춘기에 지나지 않았다. 하비 덴트는 지금까지 자신을 이성애자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남자와 원나잇이라니.
에드워드 니그마는 양성애자였다. 딱히 궁금한 사실도 아니지만 말이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면, 니그마는 아이스 버그 라운지의 구석에서 버번 위스키를 홀짝거리고 있던 하비의 곁으로 다가가 동전 던지기를 제안했다. 자신이 좋은 사업을 알고 있다며 에드워드가 인심 쓴다는 듯한 능구렁이의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왜 일이 이렇게 돌아갔는지 하비 덴트 본인조차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남자와 도저히 관계를 맺지 못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리들러 같은 재수없는 성격의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하라니, 어떤 인간이 그 운명을 잠자코 받아들이겠는가.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조롱하는 듯 동전은 손등에 착지하더니 앞면을 보여 주었다. 에드워드는 쾌재를 불렀다.
"나도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어. 당신 좀 쉬운 사람이네."
"시끄러워." 하비가 말한다. 술기운이 돌았으나 아무튼 제정신이었다. 제정신으로, 아주 멀쩡한 정신으로 리들러와 성관계를 했다. 차라리 만취 상태이길 바랐다. 그럼 술김에 한 짓이라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의외로 에드워드 니그마는 키스에 능숙한 남자였다. 노총각으로 알고 있었는데, 과거에 애인이 더러 있었다. (이 또한 알고 싶지 않지만 관계 후 필로우 토크는 기본 상식이니 어쩔 수 없으랴.) 에드워드의 혀가 깊숙하게 입안으로 들어왔을 때 하비는 순간 숨을 들이켰다. 편하게 있어, 덴트. 목 졸라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나긋나긋한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귓가에 달콤하게 울렸다.
'전문 용어'로 설명하자면 에드워드는 스위치, 올이다. 탑과 바텀을 둘 다 맡았다. 무엇을 더 많이 했는지는 노 코멘트라고 덧붙였다. 하비가 애널 안으로 요동치는 이물감에도 가만히 있을 수 있었던 이유나 마찬가지였다. 에드워드는 경험자였다. 하비는 내심 그게 부끄러웠다. 만약 그와 하게 된다면 내가 리드하고 싶었는데. …잠깐,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무튼. 하비는 에드워드의 성기가 내벽을 기는 감각에 섬뜩함과 동시에 오묘한 쾌락을 느꼈다. 수치스러움과 동시에 안달이 났다. 급기야 하비의 입에서 적나라한 신음소리가 터지자 하비는 매트리스에 얼굴을 파묻고 이를 악물었다. 에드워드가 그것을 알아챘는지 하비의 턱을 붙잡고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 이후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하비는 끙, 앓는 소리를 한 번 내고 휴대전화를 들어 확인한다. 10시 50분.
"어땠어?" 에드워드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머금고 묻는다. 하비는 베개를 에드워드의 얼굴을 향해 던지며 말한다.
"좆같았지."
"거짓말."
"닥쳐." 하비의 성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변명할 틈도 없이 기분이 끝내 준 것을 에드워드는 알 것이다. 그래서 하비는 더더욱 패배감이 들었다. 언젠가 저 실실 비웃는 낯짝과 주황빛 머리칼을 걸레짝처럼 더럽혀 주고 싶었다. 내일은 물론이거니와 수십 년이 지나도 오늘 밤이 생각날 것 같았다.
"나는 좋았는데." 에드워드는 하비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손가락과 손가락들이 서로를 죽마고우 같이 간지럽히기 시작한다.
"내일도 할까?" 에드워드가 입꼬리를 올리고 묻는다. 하비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협탁 위에 놓아 둔 동전을 집는다. 이것 또한 선택의 순간이었다.
"기다려." 하비는 동전을 던진다.
앞면.
"오."
"운 좋네."
"호텔까지 마중 나올게."
"알아서 해."
"화났어?"
"조금."
"혹시 별로였나?" 에드워드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방금 물음은 장난이 아닌 듯 살짝 긴장한 어조다. 바보 같기는. 하비는 그것을 눈치챈다.
"아니."
"좋았다고?"
"절반은 말이야."
"반은?"
"반은 추한 모습 가리느라 모른다고 답하지."
"절대 추하지 않았어." 에드워드가 손을 뻗어 하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넘긴다. 간질간질하다. 이 남자는 우리한테 원하는 게 대체 뭐지? 손길이 거부감 들지만 어째서인지 선뜻 평소처럼 주먹이 나가지 않았다. 좀 더 그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푹신한 침대 위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손깍지를 끼고 배를 맞대고 서로의 살내음을 맡을 정도로 가까이 거리를 붙으면서. 포옹하면서. 하비의 얼굴이 다시금 화끈화끈해진다. 에드워드는 가볍게 하비의 입술에 입맞춘다.
"나가기 싫지?" 에드워드가 말한다. 하비는 대답하지 않는다.
"같이 자자." '같이 잘까'가 아니고, '같이 자자'다. 에드워드는 어린아이 같이 다소 욕심을 부렸다. 하비는 한숨을 쉬고 눈을 감는다.
"좋아." 하비가 입술을 달싹거린다. 다음에는 저 자식이 하는 방식대로 놔두지 말아야겠어.
